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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1-09 조회수 : 120

어렸을 때, 이름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 이름의 발음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명연’인데, 늘 ‘조명현’으로 부릅니다(아직도 동창 신부 중에서는 ‘조명현’으로 부르는 신부가 있습니다). 이름에 받침이 들어가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부모님께서 지어 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밝을 명(明)자와 뻗을 연(衍)자를 씁니다. 밝게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입니다. 또는 밝음을 지향하며 살라는 의미도 될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이런 생각으로 제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제대로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만 불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이름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이름대로 사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이름을 얻게 됩니다. 저의 경우, 호적에 등록되어 있는 ‘조명연’ 외에도 별명인 빠다킹, 제 신분을 나타내는 ‘신부’, 책 냈다고 ‘작가’, 강의한다고 ‘강사’ 등…. 제가 하는 일에 따라 이름이 주어집니다. 어떤 이름이 붙일지는 자기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만약 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가면 ‘죄수’가 될 것이고, 사기를 치면 ‘사기꾼’, 살인을 하면 ‘살인범’….

 

어떤 이름을 바로 세울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또 환경이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름값을 남이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바로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이름을 갖도록 내가 노력해야 합니다.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인 오늘, 복음에서는 성전을 정화하는 예수님을 볼 수 있습니다. 늘 사랑만을 이야기하셨고, 사랑을 직접 보여주셨던 예수님이십니다. 그런 예수님께서 사랑과는 반대편에 있는 것 같은 ‘폭력’을 사용하십니다. 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십니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십니다.

 

성전은 장사하는 집이 아니라 기도하는 곳입니다. 성전은 세속적인 욕심을 채우는 곳이 아니라 사랑이 넘치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단순히 예루살렘 성전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우리 각자를 향해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성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우리 각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께서 직접 모범을 보여주신다는 표징으로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라면서 당신의 부활을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주님의 성전이라 할 수 있는 우리 각자에게 과연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주님의 성전에 걸맞은 이름을 갖추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자신이 생각하는 최대한보다 조금만 더 매일 행하라(로웰 토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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