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14,25-33: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26절). 이 말씀은 모순처럼 들릴 것이다. 이것은 가족을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당신보다 더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분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라 하셨다. 먼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우리 이웃도, 가족도 참으로 사랑할 수 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이렇게 하느님을 우리 삶의 첫 자리에 모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님께서는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27절)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마지막 단계는 십자가이다. 박해 때에도 그분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십자가였고, 우리 시대에도 하느님의 뜻에 반대되는 자기 뜻을 철저하게 끊는 것이 십자가이다. 이 십자가를 잘 질 수 있도록 주님께서는 탑과 전쟁의 비유를 말씀하신다.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31절)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이제 하느님의 자녀로서, 예수님의 제자로서 큰 뜻을 품었으면 결실을 보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 노력해야 한다. 돌 하나로는 탑을 완성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계명 하나 지킨다고 온전한 성숙을 이룰 수는 없다. 기초를 놓고, “그 기초 위에 금이나 은이나 보석으로 집”(1코린 3,12)을 지어야 한다. 계명을 지키며 사는 것은, 금이나 은보다 소중하다. “저는 당신 계명을 금보다 순금보다 더 사랑합니다.”(시편 119,127) 이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하늘의 시민으로서 살아가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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