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춤’을 좋아하시나요? 다소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저는 사제품을 받은 후에, ‘사제가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뒤, 한 선배 신부님이 저의 겸손하지 못한 생각을 트이게 해줬습니다.
제가 보좌신부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제가 있던 본당에선 사순 시기를 앞두고 ‘사순의 전례적 의미를 잘 되새기며 보내자.’라는 취지로, 본당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음식을 나누며 ‘축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축제 중 특별했던 건, 본당 신자들이 ‘사물놀이패’를 이뤘던 점입니다. 함께 음식을 먹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사물놀이패가 성당 마당 한가운데로 등장했습니다. 그러자 여러 신자들은 이미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마당으로 모여, 사물놀이패의 이끎에 따라 춤을 추었습니다.
그때 저는 당시 주임 신부님과 자리에 앉아 ‘박수’로 호응했는데, 음식을 나누던 사이에 신부님이 사라졌습니다. 어디로 가신 건가 싶어 주변을 돌아봤는데, 어느새 마당 한가운데에서 신자들과 함께 춤을 추는 신부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와 신부님의 눈빛이 마주치자, 신부님은 제게 함께하자며 ‘손짓’했지만, 저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런 저를 보며 신부님은 환하게 웃으시곤, 사물놀이패의 이끎에 맞춰 신자들과 함께 춤을 추며 어우러졌습니다. 신부님의 그 모습은 한동안 제 머릿속에 남아, ‘아직 나 자신을 다 내려놓지 못했구나.’라고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해줬습니다. 또, ‘사제’라는 어떠한 ‘위치’를 내려놓고, 신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춤을 통해 기쁨과 흥을 나눌 줄 아는 선배 신부님이야말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참 사제’라는 생각이 들어, 존경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몇 년 전, 사제 연례 피정 중에 들은 한 성인의 ‘삼위일체 하느님에 관한 체험담’을 전합니다.
예전에, 한 성인이 기도 중에 ‘하느님 체험’을 했습니다. 그 은혜로운 순간, 성인은 ‘성부 하느님’을 만나러 갔는데, ‘성부’가 계실 줄로 생각했던 곳엔 ‘성자 예수님’이 계셨답니다. 성인은 ‘성부’를 만나지 못했지만 ‘성자’를 만났다는 기쁨에 다음에 기도할 때 ‘성자’가 계셨던 곳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성자’를 만날 수 없었고, 대신 ‘성령’이 성인을 기다리셨답니다. 마찬가지로, ‘성령’을 만났다는 기쁨에 성인은 그다음에 다시 ‘성령’이 계셨던 곳을 찾아갔는데, 그곳에는 ‘성령’도 ‘성자’도 아닌 ‘성부 하느님’이 성인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헤아릴 수 없는 ‘신비’이지만, 우리는 그 신비 안에서 ‘자기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그리스어’로 삼위이신 하느님의 존재를 가리키는 단어에는, 성부, 성자, 성령께서 사랑의 리듬에 맞춰, 서로를 감싸 안고 받아들이고 일치를 이루며 ‘춤을 춘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제로서의 위치’를 내려놓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춤을 추며 함께 어우러졌던 선배 신부님의 모습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