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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리 변호사의 삼위일체 신앙고백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5-24 14:51:02 조회수 : 197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하느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변호사로서의 소명을 성찰해 보니, 변호사의 업무 안에서도 삼위일체 하느님의 속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1) 성부께서는 진리자체이십니다. 그렇기에 변호사로서 진실을 추구하고 밝히는 것은 곧 하느님을 따르는 길일 것입니다. 얼마 전 억울한 형사 사건을 맡으며 이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한 집안의 가장인 A씨는 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A씨와 상담하고 사건기록을 읽을수록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보였습니다. 고소인이 제출한 상해진단서 내용이 곧바로 A씨의 행위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직접 증명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웠고, CCTV 영상도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었습니다. 또한, 고소인에게 유리한 부분만 편집한 것으로 보였으며, 고소인의 진술 역시 중요부분에 일관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신빙성을 탄핵하고 다른 증거들을 현출시켜 고소인이 다른 원인에 의해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입증시킴으로써 A씨의 무죄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성부 하느님의 도우심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2) 성자께서는 정의를 몸소 실천하신 분입니다. 그분은 약하고 소외당하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하시며 그들을 변호하셨습니다. A씨는 어린 자녀들이 있었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만약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이들 가정은 파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더더욱 A씨 편에 서서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3) 성령께서는 사랑으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A씨를 변호하는 내내 그를 믿고, 그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힘을 북돋아 주는 것도 저의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성령께서는 사랑으로 저와 A씨를 붙드셨고, 무죄 선고 후 A씨 가족이 보여준 눈물 어린 감사 인사는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변호사는 진리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 인권 옹호와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변호사법 제1). A씨 사건을 경험하며 이러한 변호사의 사명이 삼위일체 하느님의 속성을 닮아가는 과정임을 깨닫습니다. 진리를 따르고, 약자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사랑으로 섬기는 것. 이는 곧 삼위일체 하느님의 속성을 제 안에 투영하는 것임을 믿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어떠한 신앙적 의미가 있는지, 과연 하느님 보시기에 옳은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렇게 모자란 제게 A씨의 사건을 통해 큰 깨달음을 주신 삼위일체 하느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