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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아이(inner child)를 안아 주세요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1-18 15:51:13 조회수 : 571


내면 아이(inner child)를 안아 주세요


본당 제 단체에서 봉사하며 본당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A씨는 장녀로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라왔지만 두 분의 기대를 채우기엔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늘 다른 사람의 기대를 채우려 무진 애를 쓰며 살아왔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우울하다고 했습니다. 신앙생활에서도 기쁨과 보람보다는 충실한 신자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크다고 합니다.


후회에서 벗어나기의 저자 헤르메스 수녀는 어린 시절의 정서적 경험들은 삶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패턴을 형성한다고 말합니다.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시기에 겪게 되는 경험들은 너무나 강렬하여 마치 하나의 무늬처럼 내면 깊이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곧 어린 시절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해 우울한아이는 무진 애를 써도 그 노고를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 우울한어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처럼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어린 시절 경험의 산물을 심리학에서는 내면 아이(inner child)’라고 합니다. 상처나 고통과 연결되는 경험이기에 우리는 이를 바라보지 않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난폭하게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합니다. 모든 힘의 속성이 그러하듯 억누르려 하면 할수록 더 크게 저항하며 우리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참으로 현재를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패턴을 발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무력하게 울고 있던 어린아이가 아니라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어른이기에, 내 어린 시절의 슬픔에 귀 기울일 수 있고, 그 슬픔을 안아줄 수도 있습니다. 내 삶의 일부인 내면 아이를 모른 체하기 보다 받아들이고 안아준다면, 더는 저항하고 떼를 쓰며 내 삶을 방해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한다고 해도, 내면의 상처를 바라보고 경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버려지고 잊힌 것 같은 외로움을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신 주님의 약속을 반복해서 되뇌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위안을 주는 기도가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경험들이 현재 나의 삶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보다 더 강력한 힘과 더 생생한 현실로 나를 보호하고 이끌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를 구원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 네가 물 한가운데를 지난다 해도 나 너와 함께 있고 강을 지난다 해도 너를 덮치지 않게 하리라. 네가 불 한가운데를 걷는다 해도 너는 타지 않고 불꽃이 너를 태우지 못하리라. 나는 주 너의 하느님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 너의 구원자이다. 내가 이집트를 너의 몸값으로 내놓고 에티오피아와 스바를 너 대신 내놓는다. 네가 나의 눈에 값지고 소중하며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이사 43, 1-4a)”


| 배기선 영덕막달레나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