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도르(1070~1130)는 스페인 마드리드 근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기에 남들처럼 공부하지 못했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렸을 때부터 남의 농장에서 힘든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십계명에 명시된 대로 주일에는 일하지 않고 미사를 빠짐없이 봉헌했습니다. 물론 평일에도 매일 미사를 열심히 드렸습니다. 이시도르는 일을 시작하기 전과 후 반드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래서 이시도르가 일할 때는 하늘의 천사가 내려와 도와준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농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이러한 이시도르를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들은 주인에게 “이시도르는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인은 이시도르를 불러 심하게 꾸짖었습니다. 억울한 이시도르는 주인에게 그들이 한 말은 거짓말이라며 “주인님, 제가 얼마나 성실하게 일했는지 그들이 농사지은 것과 제가 농사지은 것을 비교해 보십시오. 그러면 누구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인이 그 말을 듣고 비교해 보니 이시도르가 농사지은 것에서 더 많은 소출이 나왔습니다. 주인은 비로소 이시도르가 모함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이시도르를 무척 아꼈습니다. 그래서 신앙심이 깊은 여인을 소개해 주었고, 이시도르는 그녀와 결혼도 했습니다.
이시도르는 자신도 가난했지만 다른 가난한 사람들을 가족처럼 돌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생명체를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새를 비롯해 산짐승들과 들짐승들이 겨울나기가 힘들면, 자신이 먹을 것까지 아낌없이 내주었습니다. 이시도르의 땅은 비탈진 곳에 있어서 농사짓기가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그러나 힘든 일을 할 때마다 ‘죄에 대한 보속’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땅을 갈 때나, 씨를 뿌릴 때나, 가꿀 때나, 수확할 때나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일했습니다.
이시도르는 그렇게 한평생 행복하게 농사짓다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죽은 이시도르 얼굴은 성스럽게 빛났습니다.
어느 날 스페인 왕이 중병에 걸렸습니다. 왕이 죽은 이시도르에게 간절히 간구하자, 그의 병이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왕은 교황에게 이시도르를 성인품에 올려달라고 간청했고, 교황은 왕의 청을 받아들여 이시도르를 시성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하느님께서 지켜보고 계신다는 생각을 가지면 어떠한 궂은일도 기쁘게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