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성부께서 당신을 사랑하신 것처럼 당신도 제자들을 사랑해 왔음을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당신께서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듯이 제자들도 당신의 계명을 지켜 당신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도록 당부하십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라고 하신 것이 당신의 계명이라고 가르쳐 주시면서, 서로 사랑하라는 당신의 계명을 지킬 때 제자들이 모두 당신의 벗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십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 제일 먼저 ‘세족례(洗足禮)’를 거행하시고 나서 하신 긴 ‘고별 연설’(요한 13-17장)에 속하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밤에 당신의 제자들과 함께 ‘세족례’를 하시고 나서,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2-15)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었다는 것은 제자들을 그만큼 사랑하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발을 씻어 주는 행위는 종이 주인에게, 또는 제자가 스승에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른 이의 발을 씻어 주기 위해서는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고, 이는 자신을 낮추는 행동입니다. 자기보다 못한 존재에게 무릎을 꿇고 발을 씻기는 행위는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사랑하는 자녀가 발을 씻겨 달라고 할 때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기에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자녀의 발을 씻겨 준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주인이며 스승이신데, 종이며 제자인 그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시는지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이는 당신이 제자들을 사랑하여 그들의 발을 씻겨 주었듯이 제자들도 서로 사랑하면서 서로의 발을 씻겨 주도록 모범을 남기신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모범을 보여주신 것처럼, 우리 모두 주님의 제자로서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라도 기꺼이 무릎을 꿇고 발을 씻겨 주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합시다. 우리가 서로의 발을 씻겨 주는 사랑의 생활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모두 주님의 벗이 될 수 있고 주님의 사랑 안에 항상 머물러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