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코미우스(292~346)는 이집트 나일강 근처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이집트는 로마제국의 식민지였습니다. 로마 황제는 이집트의 젊은이들을 강제로 군대에 끌고 갔고, 파코미우스도 끌려갔습니다. 나일강 북쪽 알렉산드리아로 진군하고 있을 때, 어느 한 마을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마을의 그리스도인들은 배고픈 군인들에게 몰래 빵을 나눠주었습니다. 크나큰 감동을 받은 파코미우스는 어째서 마을 사람들이 빵을 나눠 주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곁에 있는 동료에게 물었더니, “그들은 그리스도교인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빵으로 전한 것입니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날 밤, 파코미우스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하느님, 저를 이 힘든 역경에서 구해주신다면 평생 당신을 위해 살겠습니다.”
어느덧 전쟁이 끝나 자유인이 된 파코미우스는 나일강 상류에 있는 한 마을에 머물렀습니다. 파코미우스는 그곳에서 하느님께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례를 받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살다가 사막의 교부 안토니우스 성인처럼 홀로 수도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파코미우스는 세상과 단절하고 오직 기도만 하는 한 은수자를 찾아가, 그 은수자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환시를 통해 하느님께 ‘새로운 수도회’를 만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파코미우스는 은수자를 떠나 공동으로 기도생활하는 수도회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파코미우스를 존경해 그의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코이노니아’(koinonia)라는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졌습니다. 코이노니아는 ‘친교, 협동, 공유’라는 뜻으로, 초대 그리스도교를 지향했습니다. 파코미우스는 코이노니아 공동체를 이끌며 영적 스승이 되었습니다.
파코미우스는 하느님 말씀이 담긴 ‘성경’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를 규칙서에 명시했습니다. 사람들이 수도회에 입회하려면 성경을 암송해야만 했고, 공동체에 들어와서도 일상 속에서 성경을 계속 암송해야 했습니다. 파코미우스는 성경을 읽고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수도회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파코미우스가 말했습니다. “성경을 암송하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성경은 파코미우스에게 ‘생명’ 그 자체였습니다.
“성경으로 숨을 쉬어야 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