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본당 신자들과의 면담이 늘었습니다. 전입자, 예비신자, 첫영성체 아이의 부모 등, 다양한 사람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의외로 혼인장애(조당) 신자들이 많음을 알게됩니다. 코로나 시기에 성당에서 혼인하는 것을 미루며 잊은 채 살다가 본당 사제와 면담을 통해 뒤늦게 깨달은 분도 있고 본인이 조당인지 전혀 모른 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신앙생활 하는 신자도 만나게 됩니다.
면담 중 어느 자매에게 “교적을 보니 성당에서 혼인 성사를 한 기록이 없는데, 그동안 성사 생활은 어떻게 하셨나요?”라고 묻자. “그동안 별문제 없이 고해성사와 영성체하며 잘 다닙니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천주교 신자가 성당이 아닌 예식장에서만 혼인을 했다면 교회 관점에서 그 혼인은 무효이며, 형식 결여에 의한 혼인 장애가 되어 신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해 성사생활에 큰 제약이 뒤따릅니다.
그렇다 보니 본당 사목자 입장에서 면담을 할 때는 신자들의 혼인 상태를 더욱 꼼꼼히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혼인장애가 있는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을 때, 성사 생활을 하기 위해 서둘러 ‘조당’을 풀고자 노력하는 신자가 있는가 하면, 한없이 미루는 신자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혼인장애를 해소하려면, 당사자 두 사람이 함께 성당에서 혼인 합의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함께 나올 수 없는 난감한 상황도 있습니다. 이럴 때 신자들은 보통 ‘성당 혼인을 미루거나 아예 조당을 풀 수 없다.’라고 단정하여 스스로 냉담의 길을 걷기도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으로, 이는 대부분 ‘혼인장애 해소를 위해서는 두 사람이 무조건 성당에 나와야 된다.’라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혼자서도 풀 수 있는 해결책이 교회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배우자가 성당에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성당 주변만 맴돌며 죄의식 속에서 더 이상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자신의 무지와 잘못으로 교회의 혼인 형식을 지키지 않아 조당 상태에 놓이거나, 자신의 배우자가 조당을 푸는 것에 비협조적일지라도 ‘혼자서도’ 괜찮습니다. 이럴 때는 배우자를 굳이 성당에 데려오지 않아도 혼자 오셔서 조당을 풀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혼인을 건강한 혼인으로 유효화할 수 있는 이른바 혼인의 ‘근본유효화’(Sanatio in Radice; 교회법 제1161조)가 있습니다. 혼인장애(조당) 상태의 신자가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려 하는데 배우자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의 해결 방법입니다.
일단은 배우자를 설득해 보고 그래도 설득이 되지 않을 때는 본당 사목자를 찾아가십시오. 간단히 해결해 드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