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활 제4주일이고, 또한 성소(聖召) 주일입니다. 1964년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에 의해 제정되어, 현재까지 부활 제4주일은 성소 주일로 불리고 있습니다. 성소는 ‘하느님께서 부르신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거룩한 부르심’이라고 일컫는 이 성소는, 좁게는 ‘사제와 수도자, 선교사 등을 부르신다.’라는 의미가 있고, 넓게는 ‘부부, 동정으로 지내고자 하는 남녀, 본당과 교회의 다양한 봉사자’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의 다양한 성소는 하나의 특징을 가지는데, 바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하느님 사랑을 통해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부부는 서로의 사랑을 통해 하느님께로 함께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의미로 성소는 우리가 본질적으로 사랑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그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불러주시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성소의 주도권은 우리 자신보다 하느님께서 더 많이 갖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타인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데에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은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결국, 부르시는 하느님께 응답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미사에서도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하고 말합니다. 내가 내 발로 성당에 오고, 내 의지로 이 믿음의 삶을 선택하고, 기도하는 것 같아도,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 기도하고 선행할 힘과 기회를 주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를 불러주시는 하느님의 다양한 음성에 응답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동시에, 조금 더 좁은 의미의 성소, 즉 ‘사제와 축성 생활을 위한 부름’에 보다 많은 젊은이가 활달히 응답하고, 주님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이 땅의 다양한 곳에는 예수님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전하고자 하는 이들이 온 세상에 넘칩니다. 그런 까닭에 이 세상에는 많은 사제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기도하여 주십시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