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 신부님께서 본당 신자들에게 보낸 ‘북수동 성당 설립 100주년 기념 미사’ 초대장을 우편함에서 꺼냈습니다. ‘100년을 넘어 다시 첫 마음으로! 100년의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본당에서 늘 접한 문구지만, 초대장으로 읽으니 더욱 새로웠습니다. ‘그래, 오늘부터 다시 새로 시작이다.’ 마음 속으로 다짐합니다. 드디어 2023년 11월 19일, ‘100주년 기념 미사’에 초대받은 역대 본당 신부님들이 소개될 때마다옛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습니다. 까만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신부님들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서글픔을 느꼈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있었구나!
그러면서 문득 평생을 북수동 본당 신자로 사셨던 엄마가 생각이 났습니다. 북수동 성당에서 1968년 세례를 받으신 엄마는2018년 5월 아름다운 ‘성모 성월’에 장례 미사를 하셨습니다.
성당 등나무 아래 엄마 곁에 앉아 교리공부를 하던 중학교 2학년 단발머리 소녀는 어느덧 60대가 되어, 엄마의 장례 미사 때 검은 상복을 입고 ‘독서’를 읽었습니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엄마에게 드리는 내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는 ‘독서대’에 올랐습니다. 세례를 받고 단 하루도 묵주기도를 빠뜨린적 없으시다는 엄마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차디찬 겨울, 컴컴한 어둠 속을 뚫고 변변한 신발도 외투도 없이 온기 한 점 없는 성당 안에서 매일 새벽 6시 미사를 드리고 오실 적마다, 전 따뜻한 이불속에서 엄마를 맞았습니다. 긴 세월 그렇게….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했다. 우리 명희 우리 명희 너 때문에 살아왔지….”
엄마가 서울아산병원으로 마지막 진료를 떠나실 적 나에게 하신 이 말씀에 오늘을 용기 내어 살아갑니다. 사랑만이 영원히 남는다는 걸, 엄마의 죽음으로 깨닫고 체험했기에….
ㅁ엄마 성당에 다니도록 이끌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