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 나오는 토마스 사도의 모습을 통해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토마스 사도는 예수님과 3년 동안 동고동락하고 예수님의 부활 예고를 세 번씩이나 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다른 사도들이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라고 하는 말을 믿지 못하고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며 자신이 직접 보지 않고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여드레 뒤에 토마스 사도와 다른 제자들에게 직접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토마스 사도에게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라고 하시자, 그제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며 그분의 부활을 받아들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토마스 사도에게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토마스 사도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비록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어 성당에 다니지만 얼마나 예수님의 부활과 천국을 믿고 있을까요? 세례 때에 “동정녀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고난을 받으시고 묻히셨으며,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성부 오른편에 앉으신 독생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믿습니다.”라고 입으로 대답했지만, 아직까지 그것을 확실히 믿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래서 토마스 사도처럼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며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어떤 기적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요?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하느님, 저와 제 가족이 지금 병으로 몹시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 병을 어서 빨리 고쳐 주십시오. 그러면 하느님이 계신 것을 확실히 믿겠습니다.”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하느님께 기적을 요구하다 그 소원이 성취되지 않으면 하느님을 의심하게 되고 따라서 자연적으로 하느님 이외에 다른 것에 눈을 돌리고 있지는 않나요?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그분의 부활을 믿기에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비록 입으로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온전히 믿지 못하고 하느님께 어떤 징표와 기적을 요구하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예수님과 그분의 부활을 믿는 사람일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합시다.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체험한 사도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 순교하면서까지 예수님의 부활을 당당하게 선포하셨음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 의심을 버리고 그분의 부활을 굳게 믿고 그 부활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참 신앙인으로 살아가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