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제패했던 로마제국이 멸망하자 ‘프랑크인’이 유럽을 지배했습니다. 그들의 신앙은 가톨릭이었습니다. 프랑크인은 로마제국으로부터 3백 년 동안 극심한 박해를 받았으나, 신앙을 되찾자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에 그리스도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의 서북 지방에 살던 프리지아인(네덜란드와 독일 북서부 해안 지역에 사는 토착 게르만 민족)과 색슨인은 가톨릭을 거부했습니다. 이때 한 성인이 나타났는데, 그가 바로 루드제로(744~809)입니다.
루드제로의 아버지는 프라슬란트(프리지아인의 정착지)의 백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가톨릭을 믿는다는 이유로 프리지아인 왕에게 미움을 받아 추방당했습니다.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루드제로는 순교 성인들의 삶에 관심이 많아 늘 성인전을 읽었고, 성인들처럼 하느님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베네딕토 수도회가 운영하는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한 루드제로는 신학과 철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백작 작위 계승까지 포기하고 영국으로 갔습니다. 이후 영국에서 부제가 되었고, 네덜란드에서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루드제로 신부에게는 이교도인 프리지아인에게 신앙을 전파하라는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루드제로 신부는 7년 동안 열심히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는 겸손하고 화술과 친화력이 뛰어나 수많은 이교도를 가톨릭으로 개종시켰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된 이들은 파괴된 성당을 다시 세우고, 훼손된 성물들을 복원했습니다.
그런데 프리지아인과 색슨인의 왕이 프랑크 왕국에 반란을 일으키자 루드제로 신부가 쌓아 올린 선교는 허망하게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고, 로마로 건너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무덤을 순례하며 다시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성 베네딕토가 설립한 몬테카시노 수도원에 있으면서 다음 선교를 준비했습니다. 카를로 황제는 독일에 있는 루드제로 신부에게 프라슬란트로 다시 가서 선교하라고 했습니다. 루드제로 신부가 그곳에 가 보니 예전에 뿌린 선교의 씨앗이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한없이 기뻤습니다. 그 지역 주교가 세상을 떠나자, 황제는 루드제로 신부를 주교로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루드제로 신부는 오히려 색슨인에게 파견되기를 원했고, 결국 그들을 복음화시켰습니다. 루드제로 신부가 그 옛날 복음을 전했던 독일의 베스트팔렌과 라인지역은 지금도 다른 지역에 비해 가톨릭 신앙이 굳건합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공동번역 요한 1,5)(영화 ‘미션’ 엔딩 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