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복음 중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크게 두 가지 말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고 하신 말씀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씨앗은 결국 자신의 형태와 모습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씨앗이 자신의 형태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 열매를 맺는 큰일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삶에 있어서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씨앗이 자신의 형태를 버리고 열매를 맺기 위해 줄기를 내뿜는 것처럼, 나 자신이 남아있기를 바라면 안 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온전한 자기 모습을 찾아가라.’라고 합니다. 또, ‘너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니 자기 모습을 찾아가라. 자신의 꿈을 실현하라. 너의 모습을 유지하라. 자아실현을 해라.’라고 말합니다.
옳은 말이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사뭇 위험한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모습대로 있으면 안 됩니다. ‘나’라고 하는 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나의 고집’, ‘나의 아집’, ‘나의 자존심’, ‘나의 인격’, ‘나의 성격’을 유지하고 지켜나가기만 한다면 우리는 결국 “밀알”의 형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나’라고 하는 껍질을 벗고 ‘나’의 형태를 벗어나 ‘예수님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간혹 TV에서 누군가의 성대모사를 하거나 모습을 흉내 내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누군가를 흉내 내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상대방을 관찰하고 연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닮기 위해 얼마나 예수님에 대해서 살펴보고, 알아보고, 연구하고 있을까요?
사순 시기를 지내면서 스스로 희생하고 절제했던 이유는 단순히 극기를 자처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를 위해 희생하시고 죽임을 당하신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안에는 바로 예수님을 닮고 싶은, 제2의 그리스도로서 살아가기 위한 결심과 노력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도 어느덧 그 끝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2주 후에 우리는 부활절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과 내 모습을 성찰해 보고, 판공(고해) 성사로 우리의 죄를 용서받고, 나의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닮아갈 것을 결심하며, 남은 기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예수님을 닮아가면 좋겠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