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사랑하는 조카가 두 명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성인이지만, 어렸을 때 삼촌 신부인 저를 부르는 별칭이 있었습니다. 제가 파리 유학 중 가끔 통화하면 제 조카들은 저를 “아멘 삼촌!”이라고 불렀습니다. 삼촌이 사제여서 자연스레 미사가 생각나고, 미사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아멘”이므로, “아멘 삼촌!”은 어린 조카들에게 발음하기에도 좋고 외우기도 쉬운 가장 완벽한 별칭이었습니다.
이처럼 어린아이들도 쉽게 따라 말할 수 있는 “아멘”(Amen)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알려져 있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이 단어를 전례 안에서 자주 발견하는데, 그 어원은 히브리어로, “굳건하다, 견고하다, 신실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오래전부터 유대교에서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나는 그것을 믿습니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도 자연스럽게 이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주례자가 회중과 함께 전례 기도문(본기도, 예물기도 등)을 바칠 때 회중은 “아멘”이라고 응답함으로써 그 기도문에 결합하였음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회중은 가만히 구경만 하지 않고, 주례자와 함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며, “아멘”은 기도의 한 부분을 이룹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입술로만 “아멘”이라고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전례거행의 주인공으로서 회중도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드러내면서 “아멘”이라 응답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마침 영광송’의 “아멘”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감사 기도문’은 말씀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시어 우리의 생명과 양식이 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기도문입니다. 이 기도문을 끝내는 가장 성대한 찬양은 의심의 여지없이 ‘마침 영광송’(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에 응답하는 “아멘”입니다. 이 응답으로 회중은 거룩한 파스카 신비와 함께 있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또한,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먹고 마실 때 말하는 “아멘”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성체는 개인적이며 동시에 공동체적인 여정인데, 주님의 몸을 모시기 전 “아멘”이라고 응답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향한 우리의 믿음과 신앙을 선포하는 것이며, 형제자매들과 함께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전례 기도문 안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무의미한 표현으로써 “아멘”이 아니라, 전례 기도문의 일부이며 능동적인 참여의 의미로써 “아멘”이라 응답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