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도전리 공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멀고 먼 길 굽이굽이 산골짜기를 돌고 돌아 찾아간 공소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깊고 깊은 산골짜기였을 그곳에,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 교우촌을 형성하며 신앙을 지켰다.’라는 안내문을 읽는 순간, 숙연한 마음으로 두 손이 모아졌습니다.
약초 캐고, 산나물 뜯고, 나무 베어 기둥 세우고 흙 이기고 짓이겨 오직 신앙을 지키기 위해 세웠다는 기도의 집. 낡은 의자 하나 홀로 지는 낙엽을 흠뻑 품에 안고 침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행여 길이 있을까 기웃기웃 서성이다 보니 마당 한 켠 쓸쓸한 한 구석에 어머니가 외로이 서 계셨습니다.
순간, 어머니는 오랜 시간 그곳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빛바랜 사진 속 희미한 기억 속의 엄마 얼굴이 그곳에 계셨습니다.
먼 길을 돌아 당신 앞에 선 내 마음을 아시는 듯 온화한 미소로 나를 반기시는 어머니. 어머니 앞에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분만이 아실 마음의 짐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머니의 손길이 나를 어루만져 주시는 듯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먼 길 떠나는 자식의 마음입니다. 온화한 미소로 나를 반기시는 어머니가 계신 그곳이 정겨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