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셔서 성전을 정화하시는 열정을 보이십니다.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과 환전꾼들이 거룩한 하느님의 성전을 더럽히는 모습을 보시고, 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그들을 모두 쫓아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호통을 치시며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라고 하시면서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대들며 ‘성전을 정화할 수 있는 권한’을 보여달라고 하자, 예수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고 대답하십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성전’을 예루살렘 성전으로 오해했지만, 그 ‘성전’은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라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즉, ‘성전을 허물어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살아나겠다.’라는 의미였습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께서 하느님께 봉헌된 거룩한 집인 예루살렘 성전을 장사하는 곳으로 만든 사람들을 꾸짖으시며 성전을 정화하셨음을 기억합시다. 우리가 세례를 받는 순간 우리는 성령으로 새로 태어나 하느님의 자녀가 되며 우리 몸은 성령께서 머무시는 ‘거룩한 하느님의 성전’이 됩니다. 따라서 세례를 받은 모든 신자는 자신의 몸이 성령이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임을 생각하며 소중히 가꾸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1서를 통해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6-17).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 그 성령을 여러분이 하느님에게서 받았고, 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님을 모릅니까?”(1코린 6,19)라며 우리의 몸이 성령께서 거하시는 ‘하느님의 성전’임을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순간부터 우리의 몸은 하느님의 성령이 머무시는 ‘거룩한 성전’이 되었음을 잊지 맙시다. 하느님께서는 세례로 새롭게 다시 태어난 우리 육신 안에 머무시면서 당신의 자녀가 된 우리의 육신이 당신의 뜻을 따라 사는 거룩한 성전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꾸짖으셨는데,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의 몸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실천하는 ‘거룩한 성전’으로 가꾸어가기보다는 세속의 일에 치중하는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성령이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인 자신의 몸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소중하게 사용하는지 돌아보면서, 더는 우리를 세속의 일에 전념하는 장사꾼의 소굴로 방치하지 않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