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루카 1,30-32).
천사에게서 이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마리아는 앞으로 자신의 생애가 이 말씀과 연관하여 어떻게 펼쳐질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그 말씀이 천사를 통해 들려오는 주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에 감화를 받고 있었을 뿐, 이성적으로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때 가브리엘 천사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라고 말하면서 마리아의 믿음을 굳게 해줍니다. 주님의 말씀에 마리아가 믿음을 가지고 응답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것입니다. 그제서야 마리아는 비록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말씀이지만,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합니다. 이 순명의 말씀으로 2000년을 기다려온 메시아가 이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으며, 비로소 구원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전례와 성경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 말씀이 어떻게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가는지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마치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우리에게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은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들려주시는 것처럼 반드시 이루어질 말씀입니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이사 55,10-11).
이제 곧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 안에 탄생하십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신다.’라는 성경 말씀이 지금 여기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ㅣ박현민 베드로 신부(중견사제연수원 영성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