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의사라면 ‘목수(木手)’라는 별명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뼈를 다루는 과의 특성상 수술실에서 망치, 끌, 톱 등의 연장을 사용하다 보니 다른 과, 특히 공부깨나 했다고 자부하는 의사들이 약간의 비아냥을 담아 정형외과 의사를 목수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오래전 한옥을 짓는 진짜 목수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남들은 우리를 단순노동하는 기능공으로 낮춰 보는 것 같다.”라고 하자 그는 발끈하며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서까래를 깎고 정을 칠 때도 목수는 늘 마음을 바르게 가지며, 앞으로 이 집에서 지낼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한다. 또한, 목수 자신의 모든 생명 에너지와 정신 에너지를 작업에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무언가 결함이 발생하여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된다.”
큰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목욕재계를 하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던 옛 분들의 모습을 보면 이러한 작업이 단순히 손기술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 듯싶습니다.
오라(Aura)라는 용어는 1936년 월터 벤야민의 글에서 등장합니다. ‘오라(아우라)’는 구별이 어려운 수많은 복제품이 대량 생산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예술 작품의 ‘진품’만이 갖는, 복제 혹은 모조품이 지니지 못하는 유일한 존재의 영적 기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라가 존재하는 이유는 작가가 작업할 때 그의 ‘영혼’을 작품에 불어넣었기 때문입니다.
음식도 어떠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먹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재료의 성질뿐 아니라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일은 ‘손기술’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정신적 에너지가 깃들여야 그 손기술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공동번역 창세 2,7)
아주 어려운 수술에 임할 때 저는 손을 씻으며 기도드립니다. ‘하느님, 제가 가진 능력은 미천하지만, 하느님께서 저의 손에 임해 주시어 지금 수술대 위에 있는 저 환자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수술이 이뤄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또한 오랜 세월에 걸쳐 강의를 해 왔지만 매번 시작 전에는, ‘나는 수도 없이 반복했던 내용, 그러나 저 청중들의 입장에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저분들이 흥미를 가지고 잘 들을 수 있도록 마치 첫 강의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자.’라고 마음을 먹습니다.
진품(眞品)만이 오라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작가와 작품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존재하는 상태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같은 시간과 공간에 함께 하는 존재(이웃, 자연, 사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글ㅣ김용민 베드로(국립경찰병원 정형외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