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변에 위치한 금사1리는 나지막한 산들이 저 멀리 보이고 낮은 평지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앉은 작은 마을입니다. 까치 소리가 멀리서 방문한 순례자를 맞는 평화로운 마을 중앙에는 세워진 지 120년이나 되는 부여의 첫 본당 금사리 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금사리 성당은 그동안 몇 번의 복원 공사가 있었고, 2006년에 대대적인 복원 공사를 하여 처음 세워졌던 그 자리에 아직도 아름답고 굳건하게 서 있습니다. 금사리 성당은 한옥과 고딕식 건축양식을 접목한 건물로, 아담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1996년에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로, 1998년에는 충청남도 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랑식(二廊式)의 성당 안은 하얀색 벽을 바탕으로 오래된 나무틀 창에 빛나는 유리화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천장에는 작고 귀여운 갓등이 달려있고, 회중석을 좌우로 구분하였던 오래된 나무 기둥은 중앙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대 옆에는 한눈에 보아도 오래되어 보이는 예스러운 풍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옛날 성가의 반주가 되어주었던 풍금이라고 생각하니 신자들이 부르는 성가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금사리 성당은 1900년 뮈텔 주교가 파견한 공베르 쥴리앙 신부에 의해 6년간의 공사를 거쳐 마침내 1906년에 완공되었고, 이후 공베르 신부는 이 성당에 23년 동안 재임하셨다고 합니다. 재임기간 전교 활동에 매진하여 1923년에는 관할공소가 무려 26개나 되었으며, 신자 수는 1,644명이나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충청도 내포의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면 곳곳에 200년 가까운 긴 세월을 품은 가톨릭 문화유산들이 자리하고 있어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신 큰 은혜를 언제든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이곳 금사리 성당도 이역만리 타국에서 온 공베르 신부의 아름다운 헌신과 금사리 마을에서 나고 자란 초기 한국천주교회 신자들의 아름다운 공동체의 삶이 우리의 신앙을 굳건하게 하는 교훈이 되는 곳이어서 많은 은혜가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