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저도 죽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저의 죽음은 늘 먼 곳에, 먼 미래에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빠의 ‘죽음’은 죽음에 대한 저의 평소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죽음은 삶 속에 매우 가까이 있다는 것, 나도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것, 잘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없으니, 저는 자연스레 제가 믿고 있는 주님께 의지하여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죽어서 주님을 만난다면 당당하게 ‘주님, 저 천국에 보내주세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지금 나의 삶으로는 안 된다.’라는 결론이 났고,
‘지금부터라도 다른 삶을 살지 않으면 나의 죽음은 곧 이생의 삶에 대해 벌 받는 여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내 것을 포기하고 나누는 삶의 연습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월급날 교무금 자동이체 설정하기’, ‘나를 위한 생일 선물 대신 그 돈을 모아 기부하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나누기는 늘 쉽지 않습니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대가 없이 나눠준다는 건 바보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훗날 더 큰 보상으로 저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신앙’을 통해 배우게 됐고,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지금 저는 늘 제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죽음은 인간이기에 늘 속된 것을 탐하고 욕심내는
제 자신을 바로 잡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주님, 앞으로도 ‘주님, 저 잘 살았죠?’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지금의 삶을 나누고,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글ㅣ이세희 아녜스(철산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