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에 건립된 진산 성지 성당은 지금도 미사 공간으로 사용할 정도로 그 원형이 아름답게 보존되어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후 늦게 겨우 도착한 진산 성지 성당은 복원 공사 중이었습니다.
초가을 군데군데 떠 있는 파란 하늘이 공사 중인 성당의 십자가를 더욱 또렷하게 보이게 하여 아쉬운 마음이 더해졌습니다. 올해 4월부터 시작한 복원은 내년 1월이나 되어야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사무실에는 ‘모든 미사는 새로 지어진 성전에서 집전된다.’라는 안내 문구가 있었습니다. 기대감을 품고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새 성전을 순례하기 위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새로 조성된 진산 성지는 규모가 꽤 커 보였습니다. 새 성전의 내부는 그리 크진 않지만, 제대 뒤 승천하는 예수님상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색색의 유리화를 배경으로, 하늘로 오르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역동적이고 신비스럽게 보였습니다. 자연스레 두 손을 모으고 예수님을 향해 기도하는 손이 되었습니다. 제대 옆에는 순교자 세 분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간결하지만 신비스러운 성전의 모습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충남 금산의 진산 성지는 천주교 교리를 따르기 위해 조상의 위패를 불사르고 유교식 제사를 거부해 전주 풍남문에서 참수된 조선의 첫 순교자 윤지충·권상연 복자 그리고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윤지헌 복자를 기념하기 위한 성지입니다. 조선의 가톨릭이 겨우 첫발을 떼던 그 당시, 사제도 없는 곳에서 피어난 신앙이 어떻게 자신을 죽음에 내어줄 만큼 강한 신념으로 남을 수 있었는지 신비스럽기만 합니다. 또한, 그 믿음을 키워주신 하느님의 은혜가 고스란히 내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축복받은 땅에 새롭게 조성된 성지는 아름다운 순례길과 함께 성스러운 하느님의 땅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