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고령군의 대가야읍은 인구 1만 명 정도의 조그만 소읍이지만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곳입니다. 아마도 대구 도심과 30~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곳이라 대구의 위성도시처럼 다양한 연령층이 상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4명의 초등학생이 ‘첫영성체’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머리에 화환을 쓰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어린 신자들을 보니, 저 역시도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고 제가 부활절에 첫영성체를 했던 감회도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고령 성당은 소화유치원을 운영하여 어린이들의 신앙생활을 위해서도 힘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지방 소읍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줄어드는 인구 탓에 유치원을 운영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령 성당은 1964년 12월 2일 준공한 건축물로, 최초 설계자는 알빈 슈미츠 신부입니다. 알빈 슈미츠 신부는 1904년 독일에서 태어나 교회의 전통 양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교회 건축을 연구하고 설계한 분입니다. 1958년 김천의 평화 성당을 시작으로 한국의 환경과 문화에 어울리는 가톨릭 건축물을 180여 개나 설계하셨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순수한 자연광선만으로도 성스러움을 표현하고, 성당이 최대한 일반인들에게 편하게 느껴지도록 설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고령 성당 역시 경외심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고령 성당 입구에서 오르막을 올라가면 왼쪽으로 성당과 부속 건물 그리고 오른쪽엔 소화유치원이 있습니다. 모든 건물이 순백색이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순결해질 것 같습니다. 성당은 제단과 회중석의 고저차가 없는 사각형의 공간입니다. 제대 뒤쪽의 성화 주위로 스테인드글라스를 두어 자연스럽게 내리는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밀하고 아름다운 세공이 보는 이의 눈을 기쁘게 하여 주었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