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간 성당은 황간면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습니다. 성당 주위로 근린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마치 성당과 공원이 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성모 동산과 성당에서 운영하는 ‘카페루아’도 주변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카페루아(RUAH)는 붉은 벽돌에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마치 유럽의 어느 건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루아’라는 말은 ‘하느님의 숨결’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라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카페루아는 1957년에 성당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지은 공소 건물이었는데, 유치원으로 운영되다가 새롭게 단장하여 2019년부터는 카페로 영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카페에서 생긴 수익금으로는 지역사회에 숨을 불어넣듯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습니다. 문화공연이 흔치않은 소도시이기에 전문 연주자를 초청해서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팬터마임(무언극)과 같은 작은 공연과 악기 연주 수업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시간이 카페루아의 운영시간과 맞지 않아 아쉽게도 내부를 둘러볼 수 없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음악회 일정에 맞춰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1910년 영동 본당의 공소로 시작한 황간 본당은 1957년 영동 본당에서 분가하여 본당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충청도의 많은 성당들처럼, 박해를 피해 온 신자들을 중심으로 교우촌이 형성된 것이 황간지역 가톨릭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황간 성당은 2011년 방화로 소실되어 그해 새롭게 복구한 성당입니다. 그래서인지 성당 내부는 무척 화사한 빛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시간이 늦은 오후여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황혼의 빛들이 오묘한 색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습니다. 성당에 불을 밝힐 수도 있었지만, 빛이 내려앉은 성당 내부의 경건한 모습이 오히려 더욱 은혜롭게 느껴졌습니다. 고요하고 편안한 성전 안에 앉아 깊이 묵상하다 보니 그 빛들로 인해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나선형 샹들리에도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약하게 흔들거리는 샹들리에에서 빙글빙글 돌며 뿌려진 빛들이 영혼을 맑게 정화시켜 주는 것 같았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