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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과 자유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7-14 08:57:06 조회수 : 377

신약성경 돌아온 탕자(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 자유를 찾아 집을 떠났던 둘째 아들은 결국 아버지 집의 안정을 찾아 돌아옵니다. 반면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은 절해고도(絕海孤島)에 갇힌 채 안정된 삶을 선택한 드가(더스틴 호프만)가 지켜보는 가운데 빠삐용(스티브 매퀸)이 절벽에서 망망대해로 뛰어내려 자유를 찾아 떠나가는 장면입니다.

 

안정 (vs) 자유이 두 가지는 양립(兩立)할 수 없는 것일까요? 70년대는 안정을 위해 자유를 유보해야 한다는 세상이었습니다. ‘국가(사회)의 안정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는 희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논리는 여러 독재 체제를 포함하여 수없이 역사에서 반복되었습니다. 반면 생텍쥐페리와 같은 자유 영혼중 상당수는 히말라야, 사하라 등 험지에서 희생되기도 하였습니다. ‘안정과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한쪽을 포기하도록 강요합니다.

정형외과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깨 관절은 우리 몸에서 자유도(운동 범위)가 가장 큰 관절인 대신, 안정성이 낮아서 탈구(빠짐)가 잘 발생합니다. 반면에 골반-대퇴골 사이의 엉덩이 관절(고관절)은 훨씬 안정적이어서 탈구가 드문 대신,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 때 어깨를 돌려 크게 원을 그리는 것 같은 회전운동은 할 수 없습니다.

지구상 유일한 움직이는 수직 기둥인 척추 역시 안정과 자유라는 양 측면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은 사람의 척추가 수직 기둥으로서의 안정성과 동시에 운동기관으로서의 자유도를 가질 수 있도록 25개 마디(분절)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각 마디에서 조금씩 일어나는 운동이 합쳐지면 엄청난 운동 범위가 가능해지는데, 그럼에도 안정성은 유지됩니다.

척추 골절의 수술 치료 시, 그동안은 안정이 가장 중요시되었습니다. 금속 고정에 골() 이식까지 추가하여 철근-콘크리트와 같은 튼튼한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 고전적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 대가는 없을까요? 고정된 분절은 운동 범위(자유)를 잃게 됩니다. 특히 젊을수록 척추의 움직임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척추 골절에 대해 일정 기간 금속 고정으로 안정을 얻은 뒤 골절 유합 후 금속을 제거, 운동을 회복하는 치료법을 국제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골절이 붙는 데(유합) 필요한 기간은 안정, 유합된 후에는 자유를 추구한 것이지요.

 

사회적 관점에서의 안정은 현 상태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려는 것으로, 기득권자에게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부자 청년은 예수님이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마태 19,21)라고 하자, 풀이 죽어 떠나갑니다. 안정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형제는(마태 4,21) ‘배와 아버지로 상징되는 안정을 버리고 곧장 예수님을 따라갔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안정보다는 자유’(의지와 선택, 실천)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글ㅣ김용민 베드로(국립경찰병원 정형외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