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진주시 문산에는 ‘한옥 성당’과 ‘서양 고딕 양식 성당’ 두 개가 조화롭게 한자리에 세워진 곳이 있습니다. 바로 문산 성당입니다. 한옥 성당은 1923년에, 고딕 양식 성당은 1937년에 지어졌습니다. 14년 세월을 두고 지어진 두 개의 성당은, 우리나라 성당 건축의 토착화 과정을 보여주는 성당이기도 합니다.
문산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기품있게 자리한 한옥 성당이 보입니다. 가로로 길게 자리 잡은 성당은 한눈에 보아도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한옥 성당으로는 규모 면에선 제법 큰 것 같아, 당시 미사 참례 신자가 어느 정도 되었을지 가늠되기도 하였습니다. 오랜 세월에도 굵은 서까래와 오래된 기둥이 묵직한 기와지붕을 잘 받쳐주고 있었습니다. 현재 한옥 성당은 강당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잘 정돈된 입구를 지나면, 소담하게 난 길을 중심으로 왼쪽엔 한옥 성당이, 오른쪽엔 사제관이 있습니다. 길 끝에는 고딕 양식의 옅은 청회색 성당이 보입니다. 성당 뒤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들도 오래된 성당과 함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진주를 방문한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 성당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갑니다. 한적한 분위기 속, 이국적인 모습의 서양식 성당과 흔히 볼 수 없는 한옥 성당의 격조 있는 기품이 아마도 많은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합니다.
문산 본당은 공소 시절부터 117년의 세월 동안 24명의 사제를 배출한 유서 깊은 곳입니다. 경남 서부지역의 첫 본당이기도 합니다. 1920년대 문산 본당 관할 공소는 무려 97개나 되었으며, 모든 공소를 순례하는 데만 7개월이 넘게 걸리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에는 마침 문산 본당 출신 사제가 미사를 주례하셨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거행된 미사 내내 자부심과 신심이 강하게 느껴지는 신부님의 강론은 심적으로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마치 고향에 온 가족처럼 교우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시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정겹게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