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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도하고 서로 용서합시다.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6-23 10:14:34 조회수 : 362

한국천주교회는 매년 6월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달로 정하였습니다. 특히 73년 전 오늘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날이기도 합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지난 9일간 특별한 지향을 가지고 기도를 바쳐왔습니다.

 

전쟁은 어떠한 명분도, 이익도 없다는 사실이 역사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하지만 선과 악을 분별하지 못하는 일부 권력자들은 아직도 자국의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사순 시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 전쟁의 책임이 분명 러시아에 있음을 말씀하시면서도, 이 부조리한 비극을 예방하지 못한 무능한 세계 지도자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셨습니다.

 

사실, 평화를 이루어내지 못한 책임은 세계 지도자들만이 져야 할 몫은 아닙니다. 전쟁과 폭력이 지속되는 현실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기도와 용서가 부족한 결과일 수 있음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묵상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일치를 위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오늘 말씀해 주신 두 가지를 꼭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첫 번째는 함께 모여 기도하는 것입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 세계 평화는 인간의 지혜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 없이는 세상의 평화가 가능할 수 없기에 우리는 함께 모여 기도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서로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전쟁과 폭력은 우리가 서로를 용서하지 않는 가운데서 발생합니다. 베드로가 잘못한 형제에게 몇 번을 용서해 주어야 하는지 묻자,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라고 말씀하십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도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마십시오(로마 12,17).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2)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서로 용서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세계 평화가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ㅣ박현민 베드로 신부(중견사제연수원 영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