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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아름다움 '예산 성당’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6-23 10:13:43 조회수 : 361

이른 아침 예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충청지역의 드넓은 들판이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듯 시원함으로 다가옵니다. 오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예산 성당의 첫 모습은 멀리서 방문한 순례자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바탕에 회색 벽돌로 모퉁이의 모양을 내어 균형미와 아름다움이 빼어납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아치형의 출입문과 정면에 난 세 개의 창과 함께, 종탑도 이날 따라 더욱 청명한 하늘에 박혀 더욱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현재의 예산 성당은 2대 주임 황정수 신부가 1933년에 착공해 1934년에 완공한 건물로, 100년을 바라보는 성당입니다. 한국인 신부에 의해 지어진 고딕식 성당이기도 합니다. 예산지역의 천주교 역사는 예산 성당이 지어지던 해로부터 1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복자 김광옥 안드레아가 예산 읍내에서 참수되었다 하니, 예산은 조선의 두 번째 박해로 6년간 이어진 신유박해의 피바람이 휘몰아친 곳 중 하나입니다. 예산 성당은 이처럼 순교의 피가 묻히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가톨릭 역사의 무거운 한 부분을 차지한 예산지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건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두꺼운 목조 문을 열고 성당으로 들어가 봅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대부분 성당의 문들은 잠겨있지 않습니다. 환영하듯 두 팔 벌려 서 있는 예수님상처럼, 누구나 들어와서 기도하고 하느님을 만나라는 배려일 것이라 생각하니 감사했습니다.

 

성당 안은 가슴마저 깨끗해질 만큼 순결하고 아름답습니다. 흰색 바탕의 내부와 그래서 더 뚜렷하게 보이는 짙은 갈색의 목골, 게다가 아치 모양의 창은 검은색 벽돌로 또 한 번 둘러싸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아치창의 소박하고 단순한 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된 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대 쪽은 반원형 모양으로 움푹 들어가 있는 형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앙의 십자고상이 한눈에 들어와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예산 성당의 아름다움에 취해 오래도록 성당에 머물다가 왔습니다. 시간이 가도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