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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신부님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6-16 09:33:02 조회수 : 406

본당에서 예비신학생과 부모를 면담하던 중, 예비신학생에게 예비신학생이 뭔지 아니?”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 신부님 되는 거요!”라는 답에, 재차 질문했습니다. “왜 신부님이 되고 싶니?” 그랬더니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빠가 신부님이 되면 먹고 살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해서요.” 이 대답을 들으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잠시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멋쩍게 웃으시는 아버님과 저의 눈이 마주쳤을 때,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것도 맞을 수 있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 하며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먹고 살 걱정이 없나?”

 

가만히 돌이켜보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중에 돈이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라도, 계절이 바뀔 때면 제철 음식을 사제관으로 가져다주신다거나 교우끼리 식사를 할 때 초대해 주시는 것, 커피 한 잔 사려고 하면 계산을 막는 교우들을 볼 때면 정말 많은 것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복된 삶인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디다케에는 사도들을 주님이 오신 듯 환대하되, 하루 이틀이 아니라 사흘 동안 머무르면 거짓 예언자로 대하라.’라는 지침이 있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거저 받는 삶을 살고 있는데, 하루 이틀이 아니라 사흘이 넘어서는 복을 누리며 거짓된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비신학생이 이야기한 것처럼, ‘먹고 살 걱정을 안 해도 된다.’라는 사실은 바꿔 이야기하면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말고 더 열심히 살기라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내가 무엇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깨달을 때 가능합니다.

 

제가 삶의 울타리에서 느끼는 감사함과 교우들이 느끼는 하느님께 대한 감사함은 다를 것입니다. 감사함을 깨닫는 사람은 하느님께 감사하며 변화된 삶을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불평과 불만을 이야기하며 더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은 받는 것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받은 것을 깨닫고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내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로 향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러셨듯이, 우리도 거저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작은 베풂은 누군가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베푸는 삶으로 하느님의 사업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길 바랍니다.

 

글ㅣ조윤호 윤호요셉 신부(봉담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