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달인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오늘 지내고 있는 ‘주님 승천 대축일’을 맞이할 때면 항상 이 사자성어가 떠오르곤 합니다. 승천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남겨질 우리에게 공생활 중에 보여주시고 말씀하신 모든 것들을 행하라는 당부를 하십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의 마지막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은 언제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에서는 복음 선포와 세례를 통한 새로 태어남, 그리고 모든 순간에 함께해 주시겠다는 임마누엘 하느님의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안주하는 삶을 살며 나의 이득만을 취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독서의 내용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에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예수님을 만나는 제자들의 모습’을 살펴보게 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사건을 마주한 뒤였지만, 여전히 세상의 것에 시선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이야기하죠. “지금이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다시 일으키실 때입니까?”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만을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제자들은 여전히 받으려고만 합니다. 세상에서의 높은 자리와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예수님을 통해서 받기를 원하죠.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더 이상 받는 존재가 아니라, 주는 존재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시고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승천하신 자리에 머물며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때 천사들이 나타나서 이야기합니다.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이 질문은 ‘승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받기만을 바라던 제자들의 과거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예수님이 아니라 성령과 함께 자신들이 모든 일에 증인이 되어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이죠.
우리도 복음과 독서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비슷합니다. 부활을 체험했고, 승천을 마주하는 지금까지도 어린아이 처럼 부모의 품 안에서 나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이제는 어른스러운 신앙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임마누엘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능합니다.
글ㅣ조윤호 윤호요셉 신부(봉담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