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명례 마을의 명례 성지는 복자 신석복 마르코를 기념하기 위한 성지입니다. 순교자 신석복 마르코는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나 누룩과 소금 행상을 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병인박해가 일어나자, 포졸들에게 잡혀 대구로 압송되었고, 여러 차례의 문초와 형벌을 받고 배교를 강요받았습니다. 하지만 뼈가 부러지고 피가 쏟아지는 순간에도 신앙을 버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저를 놓아주신다고 하여도 다시 천주교를 봉행할 것입니다.”라고 답하였다고 합니다. 마침내 혹독한 형벌을 받고 감옥에 갇혔다가 38세의 나이로 교수형을 받아 순교하였습니다.
명례 성지의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은 명례 성지 조성추진위원장이셨던 이제민 신부가 건축주가 되고 개신교 장로인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하였습니다. 또한, 신석복 마르코의 두상은 조각가이면서 불교 신자인 임옥상 교수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 함께 만든 성지라고 생각하니, ‘세상의 평화’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념 성당은 강변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축대처럼 보입니다. 위에서 보면 마치 땅 밑에 있는 듯 합니다. 녹아 없어져야 맛을 내는 소금처럼 자연스럽고 드러나지 않게 지어졌습니다. 기념 성당으로 내려가는 구불구불한 계단을 따라 걸어가면 왼쪽으로 나루터가 있던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입니다. 계단의 끝에는 신석복 마르코의 아름다운 두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죽음의 고통 앞에서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굽히지 않았던 신석복 마르코의 신앙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명례 성지는 사유의 정원입니다. 삶과 신앙을 돌아보며 참회하고, 게을렀던 신앙을 바로잡기에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