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활 팔일 축제 기간의 수요일 이른 아침, 성 라자로 마을 내 벳자타 연못 앞에 중년의 자매님들 열 분 정도가 모여서 연못 속의 물고기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저는 미사를 드리러 가는 중이었고 모여 있는 자매님들께 붙들리면 쉬이 통과하지 못할 것 같아서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무사히 통과하는 순간 뒤에서 “신부님!!”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 자매님께서 “신부님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사니 참 좋겠어요.” 하시길래, “네 맞아요. 자매님들도 자주 오셔요~”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매님께서는 우리는 집이 목포라 자주 오고 싶어도 못 온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모라고라고라~~ 목포에서 오셨다고라~~ 아따 겁나게 멀리서 와버렸구마니라~~.”라고 전라도 사투리로 말씀드렸더니, “움마!! 아따 신부님 전라도 출신이어라?” 하시길래 “아따 지는요, 그니까 거시기 모시다냐~~ 서울 출신입니다.”라고 했고, 다들 엄청나게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본당 신부님과 ‘부활 엠마오’를 하는 중인데, 교황님께서 방문하셨던 갈매못, 해미, 솔뫼 성지를 거쳐, 수도권 성지들을 순례하기 위해 성 라자로 마을 아론의 집에서 2박을 묵는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신부님! 미사 봉헌하실 때 우리 본당 주임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모든 교우를 위해서 생미사 좀 드려주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네! 자매님 본당 가족 모두를 위해 꼭 봉헌 드릴게요.”라고 대답하고 서둘러 내려가려는데, 그 자매님께서 “근데, 우리 성당 이름도 안 물어보시고 어떻게 봉헌해 주신다는 거예요?” 하고 물으셨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그것도 맞는 말씀이어서 “네, 어디 본당이셔요?”라고 여쭙자, “목포 오감동이에요!”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부님! 쉽게 외우게 말해드릴게요.”라며 양팔을 하늘로 들어 높이더니 “오~~~ 감동!!” 세 번을 그렇게 같은 자세로 외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외울 수 있지요? 꼭 우리 오감동 신부님, 수녀님, 교우들을 위해 봉헌해주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그 자매님의 외침에 웃으며 똑같이 따라 하는 자세로 ‘오~~감동!’을 외치고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라 말씀드리며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정말 ‘오~감동’이 가득 찼고, 미사를 봉헌하며 간절히 오감동 신부님과 수녀님, 교우들, 특히 그 자매님들을 위해 기도드렸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셔서 다들 절뚝절뚝 걷다시피 하시면서도 성지순례를 하며 자신들보다 신부님, 수녀님, 본당 교우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오늘 복음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성령과 함께하는 분들인 것이었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미사를 마치고 사제관으로 돌아와 오감동 성당이 궁금해 컴퓨터 앞에 앉아 ‘오감동 성당’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맙소사! 모니터에는 이런 글자가 떴습니다. “이것을 찾으시나요? 옥암동 성당”
글ㅣ한영기 바오로 신부(성 라자로 마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