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의 첫 주일, 생명 주일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고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는 날이지요. 많은 분이 생명과 삶에 대하여 좋은 말씀들을 해주실 테니, 저는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살아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호스피스 병동입니다. 더 이상의 수술적 치료, 항암, 방사선 치료 등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말기 암환자들이 통증과 여러 증상을 조절하는 완화치료를 위하여 입원하는 병동입니다. 많은 분이 호스피스라고 하면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 오해를 하곤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호스피스 병동을 ‘잘 살기 위한 곳’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죽음이란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의 한 과정입니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여생의 길 끝에서 하느님을 뵙는 그날까지 남은 내 여명 동안 후회 없이 남은 삶을 잘 살아가는 것. 저희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그럴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여러 힘들어하는 증상들을 조절해 주는 것. 그것이 완화의학이며 호스피스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전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센터장을 지냈던 김여환 선생님은 본인의 저서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죽음은 독학할 수 없다. 타자로부터 배워야 한다. 시간과 마음을 투자해서 죽음을 배우면 죽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달라진다. 자신의 마지막을 정면으로 응시하면 들쭉날쭉하던 삶에 일관성이 생기고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니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수동적으로 ‘살아내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어떤 마지막이 기다리든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며, 죽음이 우리를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죽음을 먼저 찾아가서는 안 된다는 용기도 주고 싶다.
오늘도 암과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사고, 재해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하여 많은 분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천천히 다가올 수도,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지요.
죽음에 대하여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보다는, 이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갈 때 하루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순간순간을 조금 더 소중히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ㅣ김보경 스텔라(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완화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