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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순박한 사람들의 어은 공소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4-21 09:22:35 조회수 : 371

되재 성당을 나와 곧바로 어은 공소(전북 진안)로 향했습니다. 되재 성당에서 75Km 정도 떨어진 거리지만 시골길이라 그런지 약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해발 1,000m에 위치한 어은 마을은 산중이지만 좌우의 골이 넓어서 그런지 깊은 산골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돌너와로 된 지붕 위의 하얀 눈이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했습니다. 잎사귀 하나 없는 나무들이 추위에 파리하게 떨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찾는 사람이 없어 적막하고 고요했습니다.

 

어은 공소 역시 되재 성당처럼 오랜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외진 산골, 어은 공소는 이 지역 공소들처럼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온 천주교 신자들의 교우촌이 그 시작입니다. 1888년에 전주 본당 관할 공소였으며, 이후 신자가 늘어 1900년 본당으로 승격되었다가 1909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새로 지어졌습니다. 전통 한옥 양식으로 특이하게 돌너와로 지붕을 덮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보면, 목골 사이사이의 흰색 벽이 깨끗한 인상을 줍니다. 마치 교육기관인 향교같은 느낌도 있다 싶었는데, 주임이었던 김양홍 신부님이 사랑채에 교실을 열고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가르쳤다 하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어은 공소가 있는 어은동 마을은 평화로웠습니다. 두터운 구름의 그림자가 마을을 어둑하게 했지만 그 어둠이 그렇게 어두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구름 틈새들 사이로 내리는 빛들이 얇게 깔린 눈을 비추면 은은하고 푸른 빛들이 사방에 퍼지는 듯했습니다. 어은동 마을은 영화 동막골의 풍경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평화롭고 순박한 사람들의 마을. 자신이 믿는 신념 때문에 고향을 떠나와 이곳에 정착했지만 그들의 마음은 한껏 자유로웠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