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의 되재 성당 앞에 서면 먼저 묵직하고 듬직한 나무 종탑이 처음오는 이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가죽 갑옷을 입은 장수처럼 크고 우람한 모습입니다. 파수대같은 모습이기도한데, 목재로 된 종탑은 처음 보는 것이라 특이했습니다.
되재 성당은 한강 이남에 세워진 첫 성당입니다. 병인박해의 모진 고통을 피해 이곳으로 들어온 신자들의 교우촌이 되재 성당의 시작입니다. 여러 신자들이 모여 땅을 돋우고 굵은 나무로 대들보를 올려 서까래를 얹고 기와를 올리던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성당을 완공시킨게 1895년이니 무려 128년 전입니다. 한국전쟁의 포화로 전소된 성당을 1954년에 다시 세운 공소 건물이 지금의 자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화가 끝나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곧바로 공소 건물을 세운 그들의 신심이 느껴집니다. 이후 2006년에 복원사업을 거쳐 2009년에 축복식을 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에서 묻어나는 깊이와 그 간절함이 곳곳에 스며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굵은 대들보와 서까래가 보입니다. 회중석은 이랑식인데 특이하게 좌우를 구분하여 나무로 칸을 세웠습니다. 분리된 공간엔 남녀가 서로를 보지 못한 채 전례를 행했다고 합니다. 그저 좌우의 자리만 구분한 것이 아니라 아예 칸으로 막아 남녀를 엄격하게 구분하였다하니, 지금으로서는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어두운 좌중에 상투를 튼 사람, 갓을 쓴 사람도 있고, 겨울이라 잘 씻지 못해 얼굴이 얼룩진 사람과 무명옷을 입은 사람, 비단 옷을 입은 사람, 남녀가 구분된 자리에 앉아 미사를 드리는 모습, 시간의 길이는 저 멀리 아득했지만 그 당시 신자들의 삶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편한 신앙생활인데도 작은 불편마저도 견디지 못하는 삶이 못내 죄스럽기도 했습니다. 성당 순례는 게으른 신앙을 돌아보게하며 스스로에게 참회하는 마음이 들게 하였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