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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삶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4-06 16:54:01 조회수 : 414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마 아기를 업어 아이가 등 뒤에 매달려 있는데도 아기를 잃어버렸는줄 알고 애타게 찾는 건망증의 예를 표현하는 속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예전에 이 속담이 너무 과장되고 허황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 이 속담이 결코 과장이 아니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인들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선배 신부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과 통화하며 식당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순간 입고 있는 상의와 바지 주머니를 만져보고는 핸드폰이 주머니에 없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놀라서 선배 신부님에게 신부님! 제가 식당에 핸드폰을 놓고 온거 같아요. 다시 전화드릴게요.”라고 급하게 말하니, 선배 신부님께서 무슨 소리야? 지금 통화는 무엇으로 하는건데?” 하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창피했습니다. 예전에 예를 들어가며 강의를 하다가 왜 이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도 많고, 요리한다고 가스렌지에 불을 켜놓은 채로 다른 일을 하다가 음식을 다 태워버린 적도 여러 번 있고, 부끄럽지만 화장실에 다녀와서 깜빡 잊고 시원하게(?) 다닌 적도 있지만, 이토록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이건 건망증이 아니라 치매가 아닌가?’라는 생각에 무서워질 정도였습니다.

 

제 건망증을 한탄하며 사순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부활 시기의 많은 일정을 잊지 않으려고 꼼꼼이 메모하고 확인을 하다가 문득 내 영적 건망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 중 제자들을 부르시고 함께 전도 여행을 다니시며 생사고락을 함께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수차례 제자들에게 당신은 머지않아 수난을 당하시고 죽으시지만 사흘만에 부활하실 것이라고 예고하셨음에도, 제자들은 스승의 현세적인 영광만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예고를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처럼 무덤이 비어있다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말에 놀란 베드로와 다른 제자가 무덤에 달려가 보고서야, 잊고있던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믿게 됩니다(요한 20, 1-9).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속의 즐거움과 탐욕과 시기의 감정에 정신이 팔려 주님께 약속하고 서약했던 많은 것들을 다 잊고, 항상 더 달라 청하고 고난은 멀리하게 해주십사고 애원합니다. 마치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주머니에 핸드폰이 없다고 식당으로 뛰어 들어가던 건망증처럼, 주님의 은총을 가득 받고서도 난 받은게 없다고 불평하며 부활 선물을 달라고 떼를 쓰는 중증 영적 건망증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원한 부활의 생명을 약속받은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주님의 자녀들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았는데도 이 생이 전부인양 머물고 매달리며 집착하는 영적 건망증을 어찌해야 할까요? 이렇게 주님을 잊고 있다가 종국에 주님 대전에 나아가 주님을 뵙고도 몰라보는 영적 치매로 악화되지 않도록 늘 깨어 기도하며 부활을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주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ㅣ한영기 바오로 신부(성라자로 마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