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이날 교회는 나뭇가지를 축복하고,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성대하게 기념하며 경축합니다. 그래서 미사 전에 우리도 그 옛날 환호하며 주님을 맞아들였던 군중을 본받아 행렬하거나, 성대한 입당식으로 오늘 전례를 장엄하게 시작하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례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고난받는 주님의 종에 관한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이 선포되고,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통하여 영광받으셨다고 고백하며, 곧이어 마태오 복음사가가 전하는 주님의 수난기가 봉독 됩니다. 호산나를 외치던 군중이 ‘십자가에 못 박으라!’ 소리를 질러대고, 환호하던 군중이 저주와 독설을 내뱉습니다. 이 극적인 대조가 오늘 한 전례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어떤 큰일을 앞두고 있을 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긴장하고, 걱정하고, 염려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이 행해야 할 사명을 잘 알고 계셨고, 그 시작은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첫발을 떼게 됩니다. 안주하고 싶고, 포기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으셨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려, 제자들이 끌고 온 어린 나귀에 오르십니다.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만찬을 나누실 때 끝까지 유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셨지만, 당신을 팔아넘기기로 한 유다의 마음을 당신의 권능으로 꺾지 않으십니다.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실 때 도망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밤을 지새우며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셨습니다. 마침내, 유다와 그 일행들이 예수님을 잡으러 왔을 때, 당신의 때가 이르렀음을 아시고 제자들을 다그치며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가자.” 예수님께서는 안주하거나, 외면하거나, 도망치지 않으시고 당신의 십자가와 죽음을 향해 일어나 걸어가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한해 전례력 가운데 가장 존귀한 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지난 사순 시기 동안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십자가를 짊어지고 열심히 걸어왔습니다. 이제 최종장입니다.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면서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시는 주님을 끝까지, 열심히 뒤따라갑시다. 포기하려 할 때, 유혹에 우리 마음이 물러질 때, 주님께서 우리를 독려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가자.”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걸어갑시다. 그 너머에 부활의 기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 죄 때문에 상처 입으신 주님의 마음을 위로해드립시다. 여러분 모두 포기하지 말고 사순 시기를 완주하시길 기원합니다.
글ㅣ김시몬 요한 사도 신부(팽성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