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 백곡면에 있는 백곡 성당은 내포 지역의 성당들을 순례하다 만난 보석과도 같은 성당입니다. 언뜻 보아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깨끗한 성당이었습니다. 2018년 같은 장소에 있던 공소를 허물고 새로 지은 백곡 성당은 2019년 8월에 본당으로 승격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있었던 공소의 모양은 보지 못했지만, 백곡 성당의 겉과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인상적인 공소였을 것 같습니다. 백곡 성당은 공세리 성당 등 인근 유명한 성당과 비교할 때 규모로 보아서는 작은 건물이지만, 상당히 공들여 설계하고 건축한 성당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황토색 벽돌로 외벽을 두르고 첨탑 아래에 사각형 모양을 음각으로 내어 비치한 아치형 창의 첨탑은 산골 마을에서 이국적인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눈앞에 보이는 한옥의 풍경에 한 번 더 깜짝 놀랍니다. 고딕과 한옥의 조화. 성당 안은 굵은 한옥식 서까래와 창문 그리고 나무 바닥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아직도 새것 같은 은은한 나무 향내를 맡으며 성당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한옥식 창문 모양의 감실 문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성모님까지, 백곡 성당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이 은혜라고 할 만큼 감사했습니다. 성당 안을 둘러보고는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흘렀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 아름다운 성당 미사에 참례하고 싶어졌습니다.
백곡 성당이 위치한 곳은 충북 진천군에서도 한참이나 깊숙이 들어간 산골 마을입니다. 이 지방은 천혜의 피난처로 박해 때 수많은 교우가 숨어들어 교우촌이 형성된 곳이라 합니다. 밖을 나와보면 조그만 묘가 두 개 보입니다. 순교자 박바르바라와 윤바르바라의 묘입니다. 병인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왔다가 체포되어 신앙을 굳게 증거한 뒤 매를 맞아 순교했다고 합니다. 내포를 순례하다 보면 순교자를 기리는 성당이 많이 있는데, 그렇게 많은 순교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기도 합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요한의 첫째 서간 2장 16~17절 말씀입니다. 박해받아 순교한 그들의 삶을 보면서 요한의 첫째 서간의 말씀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생각했던 영원한 삶에 대한 간절함이 제 작은 마음에도 깊은 감동을 주어 은혜로운 기도가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예비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