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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92세 데레사”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3-23 09:16:33 조회수 : 409

2017, 일본 나가사키 성지순례에서 당시 84세 조봉숙(데레사) 친구를 만난 건 제게 아주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친구와의 첫 만남은 인천공항이었는데, 목발을 짚고 나와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모두의 우려와 달리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으로 순례를 잘 마쳤고, 모두의 편견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친구는 여의도 성모병원 간호사 출신으로 1988년 음성 꽃동네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그 후 모든 재산을 가톨릭대와 음성 꽃동네에 기부하고 그곳에서 마련해 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성지순례를 다녀온 다음 해, 친구는 자신의 생일날에 함께 순례했던 신부님과 다섯 명의 자매를 초대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함께 기쁨을 나누고, 해마다 만남을 갖기로 했는데, 코로나라는 장벽이 우리를 가로막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 꽃동네에서 나오는 빵이나 인근 과수원에서 수확한 배 한 상자가 택배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택배 상자에는 안부 편지와 과자, 초콜릿이 가득 들어있었고, 때로는 전화로 미사가 중단되고 재개된 이야기, 도보순례 다닌 이야기,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해주며, 지난 설에는 김 한 상자도 보내왔습니다.

 

제가 택배 안 보내셔도 돼요.”라고 하면 친구는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야. 부담 갖지 말고 받아.”라며 하하 웃습니다. 이제 코로나도 멀어져 가고 있으니 다시 한번 친구와의 행복한 만남의 시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글ㅣ원윤자 율리안나(갈곶동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