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인보 성당은 2012년 한적한 시골 마을에 세워진 현대식 건축물입니다. 건물 외관은 성당이라기보다 작은 기념관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성당 외부를 노출 콘크리트로 쓴 것이 이색적이기도 했지만 성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모습입니다.
인보 성당의 내부는 온전히 빛의 향연입니다. 천장의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줄기와 양옆으로 낸 창에서 들어오는 은은한 빛들은 조명이 없이도 내부를 밝히기에 충분한 듯 보였습니다. 흰색 벽면에 부딪히는 빛들이 곳곳에 반사되어 내부를 더욱 경건하게 합니다. 빛이 만들어내는 정적입니다. 소란스러운 밝음이 아닌 오히려 침묵을 만들고 영혼을 맑게 만들어주는 밝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대의 십자가를 비추는 빛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이 하느님의 뜻이었음을 알리듯이 위에서 아래로 사선을 그으며 내려옵니다. 그래서 제대와 회중석의 빛의 농도는 확연히 달라집니다. 마치 연극의 무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밝음만을 주는 빛이 아니라 어둠을 물리치는 속죄의 빛이며 대속의 형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특한 십자고상과 은은하게 빛을 통과시키는 십자가의 길은 황혜선 작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십자고상의 뒤쪽에 비스듬히 누운 벽면에 십자고 상의 그림자가 흐릿하게 여운으로 그려집니다. 영혼의 잔상 같은 그림자가 보는 이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의 형상으로 다가옵니다. 제게는 예수님의 가시면류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보 성당의 감실은 제대에 있지 않고 회중석 오른쪽 조그만 공간에 개방된 채로 놓여있습니다. 감실 앞쪽엔 기도할 수 있는 의자도 몇 개 놓여있고, 감실 상자엔 오병이어의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낮은 천정엔 십자가를 음각으로 표현해 놓아 그곳에 앉으면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인보 성당은 여러 가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품들이 곳곳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당 앞 공간은 담 없이 개방되어 누구나 이곳에 오라는 듯 공유되어있습니다.
성당을 나와 돌아오는 길, 빛의 여운이 남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성당이었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예비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