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내포에 있는 성당들을 둘러보기 위해 짧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틀간 10여 개의 성당을 순례하였으니 조금은 무리한 일정이기도 하였습니다.
아쉬움 속에 도착한 마지막 성당은 공주 중동 성당이었습니다. 조금 가파른 오르막 도로를 올라와 왼쪽 언덕에 위치한 중동 성당의 입구는 순례길을 마무리하는 순례자를 맞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석조로 된 아치형 입구는 콘크리트 도시 가운데서 엄청난 무게의 품위와 경건함마저 느껴졌습니다. 마치 세상과 천국을 가르는 경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붉은 벽돌 계단이 벽처럼 가파릅니다.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 아니겠는가 싶어 한 단 한 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올라가니 고딕풍의 성당이 바짝 고개를 젖혀 보였습니다.
성당은 마치 세상 밖에 있는 듯한 성스러운 곳이며 세상과 구분된 곳입니다. 또한, 유리된 삶을 다잡아 영혼을 맑게 해주는 곳입니다. 그래서 성당을 멀찍이 떨어져 바라만 보아도 기도하는 마음이 될 것 같습니다.
중동 성당은 1897년에 설립된 공주지역의 첫 성당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성당은 1937년에 건립되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당은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고 준엄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오래된 석재들이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보존될 수 있는지도 의아스러웠지만 그러면서도 오랜 세월이 담아내는 짙은 회색과 강한 붉음이 놀라웠습니다.
성당으로 들어서는 입구와 창의 뾰족한 아치들이 마치 정교한 예술작품 같았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좌우의 선이 만나 하늘을 가리키는 듯합니다. 두 손을 모은 기도하는 손 같기도 한 아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몇몇 청년들이 띄엄띄엄 자리에 앉아 기도하거나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일상에서 저지르는 나태함과 크고 작은 죄들이 예수님과 거리를 만들고 스스로 저만치 추방의 벌을 내리곤 합니다. 하지만 은혜로 시작된 이틀간의 성당순례는 세상 유혹에 빠져있던 나를 결국 그분 앞으로 돌아오게 하는 귀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예비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