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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가 되어 꺼내 본 사진 한 장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3-03 09:29:27 조회수 : 440

부모님께서는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문호리 시골집으로 완전히 이주하면서 서울 앓이를 하신 것 같았습니다. 동네 지역주민과 어울리기엔 이방인이 되었으며, 차 운전을 못 하시는 부모님은 처음엔 버스를 타고 2시간 반씩 걸려서 서울로 와서 놀다 가시더니, 점차 힘들고 귀찮아 안 오시게 되고, 집안에만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딸인 저는 주말이면 꼭 시골집에 와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았습니다. 부모님과 시골도서관도 가보고, 드라이브도 시켜드리고, 지역 맛집도 다녀보고, 여행도 다녀봤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랑 산책 중에 동네 작은 성당을 보게 됐고, 성당에 들어가 보니 따뜻함이 느껴지는 성모 마리아님이 보였습니다.

 

그 후 성당에 간간이 들어가 성모 마리아님께 기도도 해보고, 구경도 하러 산책길에 다녀보다가 '부모님께서 여기 성당에 다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를 설득해 문호리 성당에서 예비자 교리를 등

 

록했고, 어머니도 성당 활동을 하며 이 동네에서 잘 정착하길 바랐습니다. 교육 기간 6개월 동안 어머니는 중간에 관두셨지만, 저는 끝까지 교리 교육을 받았고, 작년 1225일에 세례를 받게 됐습니다.

 

막상 세례를 받고 보니, 예전에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방글라데시 신부님과 수녀님과 같이 공부할 때가 생각났습니다. 영어가 미흡하던 시절이라 말은 잘 안 통했지만, 그분들하고 손짓과 발짓으로 얘기하고, 같이 성당 투어도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그때의 사진을 꺼내 보니, 제가 엉망이던 영어 실력으로 아무리 조잘거려도 항상 웃어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흐릿한 사진을 보며 그분들과의 인연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만나고 싶어집니다. 앞으로 저도 신앙생활과 신자로서의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지니며 살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부모님도 언젠간 저와 같은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글ㅣ오선희 엘리사벳(문호리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