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양남면 읍천리의 한적한 바닷가, 그 바닷가 야트막한 언덕에 그림처럼 서있는 양남 성당은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11월의 바다는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넘실대고 잔디마당엔 봄 햇볕보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가득했습니다. 푸른 하늘엔 붓칠한 듯 떠 있는 하얗고 투명한 구름이 답답한 가슴을 열어줍니다.
양남 성당은 몇몇 신자분들이 모여 가정에서 공소예절을 시작했으며 1997년에야 비로소 본당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한때는 신자 수가 300명을 넘어가던 성당이었지만 코로나 여파이기도 하고 점차 줄어드는 신자 수로 인해 현재는 약 60여 명만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양남 성당은 많은 평신도의 희생과 아름다운 수고로 인해 그 아름다움이 더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성전 문을 열면 제일 먼저 제대가 보입니다. 제대에는 최후의 만찬으로 예수님 곁에 함께 후광을 두른 성모님이 그려져 있습니다. 간결하고 해학적인 듯한 그림이 언뜻 이중섭 화가의 초기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보통은 제대 뒤에만 벽화가 있는데 양남 성당은 제대 양측 좌우에 갈릴레아 호수의 예수님과 오병이어의 예수님, 그리고 제자의 발을 씻어주시는 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당에는 드넓은 바다를 보며 기도하는 십자가의 길이 있고, 성당 안 십자가의 길 역시 간결하고 아름다운 부조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감실 위 감실 등은 작지만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습니다. 크지 않은 시골 성당에 이렇듯 아름다운 장식들이 많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군데군데 성전을 성스럽고 은혜롭게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사각 창 위에 둥근 스테인드글라스 창에는 원색의 성경 이야기들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온통 화려한 색으로 성당을 가득채워 두 눈을 즐겁게 합니다.
이 푸른 바다의 아름다운 성당에 더 많은 신자들이 모여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예비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