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군에 위치한 남해 성당의 전경은 무척 이채롭습니다. 정삼각형 지붕, 그 꼭짓점에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십자가 아래로 피에타상에 눈길이 닿습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을 안고 슬퍼하는 성모님의 모습. 고통스럽게 십자가를 감당하고 ‘다 이루었다’ 하신 예수님. 예수님을 무릎에 안고 슬퍼하시는 성모님의 표정이 아들이 감당해낸 대속의 의미와 함께 육신의 어미로서도 아픔을 감당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자 길쭉한 삼각형의 회중석을 지나 제대 뒤편 십자고상까지 한순간에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대 뒤쪽 역시 삼각형이며 붉은 톤의 벽돌 위에 흰색으로 표현했고 그 위에 십자고상이 있습니다. 그 십자고상이 특이하게도 회중석의 모든 신자를 한꺼번에 집중하게 하는 듯합니다.
맨 뒷자리를 안내받고 미사를 기다립니다. 곧이어 입당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성가대가 부르는 아름다운 성가가 뒤쪽 2층 성가대에서 삼각형 천장에 부딪혀 아래로 공명되어 마치 빛줄기처럼 내려오는 듯합니다. 그래서 남해 성당 성가대의 성가는 더욱 풍성하고 성당 안을 꽉 차게 울려주었습니다.
성당 내부엔 많은 조명이 필요 없는 듯 보입니다. 천장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8개의 둥근 조명이 회중석을 밝히고 양쪽 삼각형을 따라 기울어진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이 회중석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당 내부의 흰색 벽면과 어울려 자연스런 빛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 어느 것 하나 눈을 자극하지 않는 자연의 빛이 성당 안을 넉넉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1989년에 축성된 남해 성당은 성삼위 일체를 표현한 삼각형의 성당 건축물로 일반적인 성당의 모습과는 다른 다소 파격적인 모습입니다. 그런 성당의 아름다운 건축미로 인해 남해를 방문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명소가 되는 듯했습니다. 아름다운 성가의 은혜와 부드럽게 비치는 성령의 세례 같은 빛줄기 그리고 영혼을 씻기는 신부님의 강론이 어두운 하늘과 쌀쌀한 겨울 날씨로 인해 한껏 웅크린 마음을 열어줍니다. 귀한 선물 같은 하루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예비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