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성당은 동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언덕 위에 위치합니다. 감포 성당의 조망은 그야말로 그림 같습니다. 늦가을이라 차가운 공기 탓에 눈 앞에 펼쳐진 바다와 하늘은 가느다란 경계선을 중심으로 각각 푸르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찰랑이는 바다에 뿌려진 햇살은 보석처럼 반짝거립니다. 천지 만물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오묘한 천지창조의 자연을 경외하게 됩니다.
신부님 한 분이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허연구 모세 신부님입니다. 신부님은 89세의 은퇴한 노사제로 2021년부터 감포 공소를 맡아 직접 미사를 집전하시고, 지역 가톨릭 신앙 활성화에 크게 애쓰시는 분이십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해 보였지만, 90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정정하셨습니다. 어디서 오신 분이냐고 물으시는 신부님의 다정한 질문에 혹시나 새 신자가 아닐까 하는 간절한 마음이 묻어납니다. 감포 공소는 무속신앙이 뿌리 깊은 바닷가라 전교가 무척이나 어려웠던 곳이라고 합니다. 1980년 즈음부터 이곳으로 이주한 소수의 신자가 공동체를 이루어 가정에서 공소예절을 시작했으며, 신자 수가 조금 늘어나자 공소 부지를 매입하고 공소를 건립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2005년에야 비로소 공소를 건립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신자 수가 10여 명 남짓이었지만 자그만 어촌마을이라 신자 수가 줄어 한때는 3~4명만이 미사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안타까운 현실에 남은 생을 공소 활성화에 헌신하시기로 한 신부님께서 교구에 간청하여 지금까지 공소에 상주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감포 공소는 대구대교구 소속 양남 성당의 관할 공소입니다. 하지만 마을입구, 공소를 알리는 커다란 이정표엔 ‘감포 성당’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상주하시는 신부님이 계시니 성당이라고 불러도 크게 이상하진 않겠지만, 공소라는 말을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감포 성당이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오늘 미사 시간에는 약 16명 정도의 신자분들이 미사 참례를 하셨습니다. 근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신자 수가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도시의 성당에서는 볼 수 없는 따뜻한 인사말로 다들 반갑게 맞아주셨고, 미사 시간에는 저희를 소개해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감포 성당이 지역에 아름답고 선한 영향을 많이 끼쳐 작은 성당을 신자들로 가득 채워주시기를 미사 시간 내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글·사진ㅣ이선규(예비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