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때부터 테니스 치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테니스를 배우라고 권하는데, 제 권유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청년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청년이 테니스를 배운 지 3개월이 됐을 무렵이었던 지난해 1월 어느 추운 겨울날 저녁 시간, 코치에게 같이 레슨을 받은 저와 청년은 테니스장에 남아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청년이 쓰러졌습니다. 달려가 확인해 보니 청년은 심정지가 온 상태였습니다. 저는 지체없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당시에 테니스를 치러 온 30여 명의 사람이 심폐소생술하고 있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70~80회 정도의 가슴 압박과 인공호흡을 해도 청년의 심정지 상태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코치가 사무실에서 가져온 제세동기를 열어 그 청년의 가슴에 전극을 붙이고 제세동을 시행했습니다. 청년의 몸이 10센티 이상 위로 솟구쳤다가 이내 원래 심장이 멎은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한 줄기의 희망을 가지고 가슴 압박을 7~8회 더 실시했고, 청년의 몸은 제세동기의 버튼을 누른 것처럼 솟구쳤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일이 서너 번 반복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이 솟구친 후 청년은 눈을 떴고,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청년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고 몸에는 온기가 돌아왔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3~4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마치 몇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죽으면 안 돼.”, “살아야 해.”라고 혼잣말을 반복하며, ‘혹 내가 테니스를 배우라고 한 것 때문에 이 젊은 청년이 죽는 것은 아닐까’라고 테니스를 권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청년은 119구급차에 실려 성빈센트병원 응급실로 후송이 되었고, 응급 진료 결과 중요한 심장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정지가 왔고, 코로나 백신을 맞은 후유증으로 혈전이 생긴 것이 원인일 것이라했습니다. 테니스장에서 심정지가 와서 오히려 응급처치가 되었지 집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소생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내과 교수님의 말을 들었습니다. 오히려 테니스를 치러 온 것이 청년을 구한 격이 되었습니다. 청년은 늦은 밤까지 심장혈관센터에서 스텐트 시술로 막힌 심장 혈관을 뚫었고, 무사히 건강을 회복해 현재는 회사도 잘 다니고 테니스도 다시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년은 그 일이 있고 난 후 사회에 봉사하겠다면서 성빈센트병원 사회사업팀의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저에게는 그때의 장면이 선명하게 펼쳐지면서 마치 제가 죽음과 삶을 경험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생명의 재개가 가져오는 놀라움과 경이로움, 또 생명을 재개하게 해주신 하느님의 은총을 무한히 느꼈습니다. 더불어 그 청년을 볼 때마다 하느님께서 오히려 ‘청년을 통해서 저를 살려 주신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은 강인하고 아름다우니 잘 유지해야겠다고 마음으로 되새기게 됩니다.
글ㅣ홍승철 갈리도스(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