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계획되지 않았던 장소에 우연히 들리게 되면 대부분 기분 좋은 여행에 훌륭한 덤이 되곤 합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인 봉화군 백두대간 수목원 가는 길에 우연히 들리게 된 춘양 성당. 춘양 성당은 2014년에 축성된 안동교구 소속의 성당입니다. 시골 성당임에도 고딕 양식으로 제법 규모가 있는 성당이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춘양 성당을 알리는 커다란 석물이 보입니다, 그 뒤로 조그만 정원에 입꼬리를 흐뭇하게 올라가게 만드는 성가정상이 처음 보는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 줍니다.
시골의 성당들은 비교적 대지가 넓습니다. 춘양 성당도 탁 트인 공간에 성당의 앞뒤 주변이 마치 공원처럼 잘 조경이 되어 있어 우선 성당 주위를 산책하는 맘으로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성모상이 있는 곳도 잘 조성되어있고, 성당 사무실로 쓰이는 뒤편의 화장실 문에는 아름다운 성모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봉헌 초가 담긴 소박한 봉헌초 보관함 옆에도 십자가를 그린 이쁜 그림이 있습니다. 누가 그렸는지 모르겠으나 예사 솜씨가 아닙니다. 그 작은 소품도 화려하진 않지만, 주위를 화사하게 만들어 줍니다. 군데군데 놓인 벤치와 소나무들. 춘양 성당은 그렇게 우연히 오게 된 순례자의 발길을 처음부터 기분 좋게 만들어 줍니다.
나무로 만든 묵직한 성당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 봅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오묘한 빛들이 은은하게 성당 내부를 비춰주고 있습니다. 제대 양쪽엔 단아한 한복을 입고 머리에 쪽을 지은 성모상과 김대건 신부님의 상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줍니다. 둥근 아치로 창을 내었는데 둥근 아치는 마치 웃고 있는 눈썹 모양이라 부드러운 인상을 줍니다.
아무도 없는 아름다운 시골 성당은 곧바로 나만의 기도처가 됩니다. 빈 곳을 하느님의 음성으로 가득 채우듯 여행으로 들뜬 마음을 따뜻하게 눌러줍니다. 마주 보며 대화하듯 기도하는 하느님의 성전.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청명한 하늘. 그 눈 시린 하늘 밑 아름다운 성당의 모습이 평온한 천국의 한 자락 같습니다.
글ㅣ이선규(예비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