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박해의 아픈 기억이 스며진 벽돌과 희생의 시간으로 세워진 아름다운 성당들이 있습니다. 그 성당에는 하나같이 고고한 기품과 신앙의 숭고함이 녹아있습니다. 세계 어느 선교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자생적 신앙과 그 속에서 피워낸 신앙의 숭고함. 그 스스로 키워낸 믿음이 이 땅에 은혜처럼 내려와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우리의 성당은 유럽의 성당처럼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저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고 고딕형식과 한옥식 성당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독특한 멋을 냅니다. 한옥 성당은 마치 수묵화나 한복 같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고딕이나 비잔틴 형식의 성당은 얼핏 유럽의 성당을 축소해놓은 듯도 하지만 그 속엔 우리만의 것들이 잘 녹아있습니다.
안성에 있는 구포동 성당이 바로 그러한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포동 성당의 앞모습은 고딕식이지만 옆모습은 영락없는 한옥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게 됩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이나 하나의 큰 조각품을 보는 것처럼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합니다.
구포동 성당은 1901년에 프랑스인인 꽁베르 신부님에 의해 처음 건립되었다가 신안리에 있었던 동안 강당의 목재와 기와 일부를 활용하여 1922년에 재건된 것이라 합니다. 재건된 후에도 100년이 되었으니 그 역사가 한 세기를 훌쩍 넘어갑니다. 우리나라는 100년간의 긴 박해의 피가 스며져 있는 땅이기도 합니다. 그 아픈 기억 속 쫓기는 시간에도 신앙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희생과 사랑의 신앙 동동체를 키워내었습니다. 구포동 성당이 있는 이곳 안성에도 천주교의 중심축이었던 내포와 가까웠던 만큼 수많은 신자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뿌린 빗줄기 탓인지 대기 중의 공기가 너무 맑고 깨끗해서 온몸의 나쁜 공기가 한순간에 바뀌는 것 같은 청량함과 투명한 시야가 성당을 더욱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이게 했습니다. 예쁜 길로 조성된 십자가의 길 14처는 성모상이 14처의 조각 하나하나를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인데 그 독특한 아름다움이 14처의 기도와 묵상을 더욱 은혜롭게 합니다.
글·사진ㅣ이선규(예비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