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아름다운 탄생 이야기 그 너머에는 어마어마한 도전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그분 탄생에 온 삶으로 동참하신 분들이 계시지요. 바로 성모님과 요셉 성인입니다. 당시 유다인의 풍속 안에서 혼인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남자가 결단을 내리며 얼마나 큰 고통을 느꼈을지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응답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뭐든 수월하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래서인지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했는데 무언가 수월해지지 않으면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계신다면 왜 이런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분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면, 그런 생각들이 큰 오해임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한 놀라운 구원 사업 안에서도 결코 일방적이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함께하고자 하십니다. 복음에서 성모님과 요셉 성인에게 천사를 통해 말씀을 건네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전능하신 분이 왜 그러실까? 그냥 해버리시지!’라는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만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십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구원’은 사랑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입니다. 구원이란 오로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 틀림없지만, 진정한 사랑이 일방적이지 않듯이, 우리가 온 마음을 다해 이 구원의 초대에 응답하기를 바라시는 분이 바로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분은 우리보다 더 우리의 구원을 갈망하는 분이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마태 1,20). 꿈속에서 천사의 말을 들은 요셉 성인은 자신이 이미 내린 결정을 ‘철회’합니다. 복음 말씀은 이를 절제된 한 구절로 표현하고 있지만, 과연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을까요? 태초부터 인간을 유혹해온 존재가 요셉 성인으로 하여금 달리 생각하도록 끊임없이 유혹했을 것 같습니다. 성인이 대면했을 도전이 어떠했을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감내했을지 참으로 큰 감동이 밀려옵니다.
대림 제4주일, 그분의 성탄을 준비하는 우리는 어떠한가요? 그저 잔잔한 성탄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요? 아니면 성모님과 요셉 성인처럼, 그분을 맞이하기 위해 여러 도전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함께 하고 있는지 성찰해보면 좋겠습니다.
글ㅣ표창연 프란치스코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