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톨릭 생활성가 팀 ‘열일곱이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매월 직접 만들고 부른 성가를 음원과 뮤직비디오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중 지난 7월에 발표한 ‘성체 찬미가’ 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에 겪은 체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성체 찬미가’는 작업 기간만 2년 걸린, 정말 많은 고민과 의논과 연습 끝에 나온 곡입니다. 많은 정성이 깃든 곡이기에 뮤직비디오도 조금 특별한 장소에서 촬영하자는 의견이 모였고, 여러 촬영 장소 후보 중 가장 먼저 떠오른 미리내 성지에 연락해 성지에서의 촬영을 허가받았습니다. 사실 저희가 처음 미리내 성지를 원했던 것은 곡의 노랫말과 성지 내 성당의 분위기가 잘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참 단순한 이유지요?
그런데 미리내 성지에서 촬영하기 며칠 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갑작스레 제 머릿속에 이런 장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까만 밤, 몇 명의 조선시대 사람들이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어두컴컴한 산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드디어 주님을 모실 수 있다고, 다 터져가는 발바닥으로, 목숨을 걸고 험한 산과 들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미사를 향하는 자신들의 발걸음이 혹여나 발각될까 두리번거리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곧 성체를 영할 수 있다는 환희 어린 눈빛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2년에 달하는 곡 작업 기간 동안 숱하게 부르고 연습하면서도, 저는 부끄럽게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성체 한 번 모시겠다고, 멀고 험한 산과 들을 헤치며, 발각되면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발걸음을 밤새 내달린 우리 신앙 선조들의 미련한 마음을 저는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에게 자신의 온 존재인 몸과 피를 거저 주시는 예수님께 저는 저의 온 존재를 드리는 삶을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이 곡을 작업하는 모든 과정을 우리의 신앙 선조, 특히 순교 선조들께 맡기게 되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모두 순교 선조들께 의탁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자신의 온 존재를 바친 순교 선조들께 청했습니다. 이 곡을 만들고 듣는 모든 이들에게 당신들의 미련함을 달라고, 미련하리만치 성체 예수님을 공경하고 사랑한 그 마음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이 곡의 작업 막바지에 비로소 이 노래를 목소리와 입이 아닌 가슴으로 안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저희가 찾는 모양의 성전이라는 이유로 미리내 성지에 연락했던 저희지만, 하느님께서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저희를 성지로 초대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순교 선조들이 보인 신앙의 모범을 가슴 깊이 새기라고, 성체를 열렬히 사랑한 그 마음을 담아 가라고, 그렇게 저희를 미리내 성지로 부르셨습니다. 이렇듯 부족한 도구를 통해 당신의 빛을 비추신 사랑 깊은 펠리칸 예수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 더욱 기쁘게, 더욱 열렬히, 더욱 불타오르는 마음으로 성체 대전에 나아갑시다.
글ㅣ추준호 예레미야(가톨릭 생활성가 찬양크루 ‘열일곱이다’ 보컬)